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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PAGE 1 │ 티셔츠의 본질, “쉽지만 쉽지 않은 옷”
작성자 Giovanni (ip:)
  • 작성일 2018-05-01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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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무제오 디렉터의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Curator's Notes

PAGE 1


Easy, But Not Easy 왜 티셔츠를 쉽게 생각하는가?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까지 찾아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티셔츠라는 의복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여겨봤던 분들일거라 여기고 항변을 풀어본다.




티셔츠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단추가 없는 티(T)자 모양의 반팔 속옷’ .

현대사회에서 티셔츠가 속옷 이라는 정의는 낯설다.


하지만 우리가 와이셔츠라 부르는 Dress Shirts 역시 16세기에는 주로 귀족들의 속옷으로만 입혀졌던

기원을 생각하면면 그럴만도하다. 그래서 티셔츠가 이토록 괄시받아 온 것 인가?


의복의 정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수정보완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 일상에 가장 밀접하게 맞닿은 옷이라면 더욱 그렇다.


티셔츠 :

가장 편안하고 자주 입는 옷” 이라는 정의에는 동의.

가장 쉽게 사서 입을 수 있는 옷.” 이 말엔 동의할 수 없다.



티셔츠를 쉽게 살 수 있다?


가격대만 본다면 보면 그럴테지만 요즘은 또 그렇지도 않다.

어찌됐든 다른 아이템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옷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진정 가성비가 좋으려면 그에 걸맞아야 한다셔츠자켓블루종블라우스 등 일반적으로 좀 더 고가인

상의 한 벌 보다 때로는 더 만족할만한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정말 그러한가?


경험상 맘에 드는 티셔츠 한 장을 구입 하는 일은 상당히 ”세.

필자는 적어도 10여년 이상 관심을 두고 매년 국내외 기성복 티셔츠 동향을 체크해왔다.



명품, SPA, 보세는 물론 백화점, 편집숍해외직구 등 거의 모든 리테일 스토어에서 출시되는 디자인 티셔츠를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입어보았다.

일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만큼 티셔츠를 좋아해서다. 하지만 매년 출시되는 티셔츠의 전반적인 퀄리티는 패션 산업의 성장세를 감안했을 때 부족해보인다.

소재는 나아졌으나 티셔츠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프린팅의 아름다움이나 디자인의 다양성은 오히려 퇴보한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양한 북미유럽, 아시아 브랜드가 국내에 자리잡았고 온라인 시장은 거대해졌다. 안방에서도 해외 브랜드 의류를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는 시대지만 티셔츠 카테고리 만큼은 여전히 정체기인 듯 하다.

사계절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티셔츠 한 벌 없이 한 해를 넘길 수는 없으니 매년 봄여름이 되면 괜찬은 티셔츠를 고르기 위한 고민이 또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즐겨 입는 옷을 왜 더 잘 만들지 않을까?

어패럴 시장의 수익 구조를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기획-디자인-원단-봉제-유통 과정을 거쳐 정해지는 의류 원가의 특성상 디자인 티셔츠의 마진은 다른 의복에 비해 크지 않다.

기획과 디자인 단계에서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면 마진은 더 작아진다.


시즌마다 모든 카테고리의 의복을 선보여야 하는 의류 브랜드 오너들에게 티셔츠 한 장에 공을 들이는 건 썩 달갑지 않다.

고비용을 들여 결과가 좋지 않으면 타 아이템에 비해 티셔츠는 부담이 더 커진다.


한편 쉽게 만들어도 판매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저관여 아이템이 티셔츠다때문에 티셔츠 전문 브랜드가 아니라면 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지 않는다.

그 결과로 해마다 패턴만 조금씩 바꾼 획일화된 티셔츠가 New Arrivals 섹션에 진열되곤 한다.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뉴욕 밀라노에서도 2010년대 전까지는 이런 루틴이 흔했다.

폴리모다 유학생들의 아름다운 패턴과 번뜩이는 레터링 디자인은 졸업 후 증발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안목 높은 소비자들은 올해도 매장을 돌지만 세련된 프린팅을 찾는 일이 여간 쉽지 않다.


브랜드의 존폐는 수익에 달렸으니 고 마진 아이템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매년 SPA 매장을 갈때 마다 괄시받는 티셔츠 섹션의 부실한 디자인을 보면 헛헛함이 밀려온다.


사람들이 티셔츠를 대충 입고 버리는 옷쯤으로 여기게 된 건 매년 소비하게 만들어야하는 어패럴 업계의 계획된 홀대에서 출발한 것일 수도 있다. 

예쁜 티셔츠 한 장 찾아 압구정과 이태원 뒷골목을 하루 종일 뒤져대던 학창 시절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사랑한 파블로 피카소



장 폴 고티에커트코베인앤디워홀코코샤넬오드리햅번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이자 자타공인 패션 아이콘들은 티셔츠를 사랑했고 그 어떤 의복보다 까다롭게 선택했다.


티셔츠는 편하게 입는 옷이다하지만 편한 자리에서만 입을 수 있는 옷은 아니다.”


디자인의 한계가 없는 옷어떻게 입어야 한다는 규칙도 없다하지만 그래서 더 까다로운 옷.

티셔츠 디자인은 화가가 텅 빈 캔버스를 오랜 시간 응시하듯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목과 어깨팔과 허리를 이해한 실루엣, 다양한 소재를 검토하여 깐깐하게 재단해야 한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만들어야만 티셔츠 시장의 파이가 커지며 공급과 수요가 상생할 수 있다



말이 좀 길어졌지만 아무튼 그만큼 만만치 않은 옷이 티셔츠

벨레파(Belleffa)’의 티셔츠 디자인는 대충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벨레파의 디자인 철학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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